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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odle: 식도구의 재해석

Canoodle 은 어느 주방에나 존재하는 ‘숟갈’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것이다. ‘숟갈’은 물을 뜨거나 곡물을 쥐는 오목한 손의 모습에서부터 유래해 오랜시간 우리와 함께 해왔다. 음식을 푸고 뜨고 담아왔던 그 세월만큼 꾸준히 진화되어 완성된 이 오브제는 다양한 용도에 맞게 디자인되고 그 생김새가 기본 기능에 매우 충실하여 어느 지역이나 종족을 초월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도구이다. 이는 내게 다종다양한 생활양식과 주방문화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서 식도구의 기능과 미학적 역할에 대해 더 숙고하게된 계기가 되었다. 

둥글고 우묵한 머리와 가늘고 길다란 몸통으로 이루어진 숟갈의 형상은 음식과 더불어 먹는 행위, 먹는 장소 등을 대변해주는 함축적 “기호”(symbol)로 읽힌다. 오늘날, 군더더기없는 숟갈의 디자인은 나의 예술적 유희본능을 자극하며 기존형태에서 벗어나 그 본능적 쓰임새를 짐작 할 수 있는 식도구의 다양한 형태들을 탐구하게한다. 그렇게 Canoodle 은 손과 손가락의 연장으로써의 숟가락 형태의 모티프로부터 파생되어 자연, 유체, 또는 여성 신체의 일부를 그리는 그릇인 동시에 그릇을 초월한 오브제가 된다. 손으로부터 출발했지만, 시선이 닿지 않는 신체의 어떤 곡선의 이미지일 수 있으며 어쩌면 이런 형태는 현대의 식문화로부터 벗어난 다소 퇴행적인 행위를 유발할 수도 있다. 예컨대, 나의 도자기를 생명체처럼 어루만지고 쓰다듬게 된다는지, 식탁을 벗어난 장소에서 자유롭게 식사한다는지 등과 같은 다소 금시기된 행위들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이번 작품이 사물을 담는 용기를 넘어, 자연의 소리를 듣는 귀가 되기도 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화 속의 거울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나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저마다 새로운 감각적 체험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 된다면, 그것은 내가 원하는 예술적 소통 그 이상일 것이다.

 

2019년 캐누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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