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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ND : 식도구의 재해석 II

사발에 넣은 재료를 손에 쥔 작은 방망이로 곱게 갈아, 가루 사이의 향을 쫓아 추억을 반추한다. 

 

이번 작업을 통해 일상 속 순간순간 나의 주방들을 채웠던 향들을 기록 해보고자한다. “갈려진”이라는 뜻과 “background (배경)”에서 따온 “ground”는 절구라는 주제로 향수(鄕愁)와 내가 거쳐온 장소들에 대한 애착을 표현한 오브제 및 설치 작업이다. 

 

이전 작업인 ‘Canoodle :: 식도구의 재해석’ 에서 풀어보았던 본능적이며 직관적인 형태의 수저에 대한 나의 고찰은 이번 작업을 통해 쓰는 이의 몸과 호흡하는 절구 형태의 탐구로 표현된다.  

잦은 이사와 이민의 경험 속에서 나만의 문화와 안식처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즐겨먹을 수 있는 새로운 음식을 만나는 것과 그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해보는 것이었다. 

 

2018년 한국에 돌아온 나는 겉으로 보기에 “고향”에 돌아온 사람이었지만 내가 느끼는 감각들이 편치만은 않았고 오히려 또 하나의 길고 긴 여행이 시작된 것만 같았다. 난 “고향”이라 소리치는 향을 찾아 기억을 더듬어 보았고 그 기억 속 향과 함께 자리하고 있던 물건은 작은 절구였다. 

 

찧고 빻는 절구는 원시적이고 단순하다. 그러한 단순함이, 호화스러운 기술들로 치장된 현대의 주방에서 절구라는 도구를 꿋꿋이 우리 주방 속에 존재하게 한다. 여러가지 향신료와 허브 등을 날카로운 칼날로 갈아내지 않고 절구로 뭉근하게 짓이기고 빻은 향과 질감은 보다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그 강렬한 향기는 나를 비로소 집으로 인도한다.

​작가노트 中  

©  2023년  Anna Jung.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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